18 Japan

북해도생활 < 1 > 수능특강과 함께하는 북해도 생활

도롱153 2021. 1. 25.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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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2018년 4월...

 

새내기 라이프 그런 것 없이 나는 2월부터 살짝? 폐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인생이 꼬여도 너무 꼬여서 삶의 의지를 잃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충 이유를 나열하자면 입시 실패 (성적은 진짜 잘 나왔는데 원서를 잘못 씀)

+ 고등학생 떄 너무 힘들게 보내서 사람이 어두워짐

+ 대학교에서 행정 오류로 명단 누락과 그로 인해 학교생활을 못함^^;;

+ 개인 신변의 문제

+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타지에서 외롭게 일함

 

그렇게 되자 나는 하늘 높이 있는 누군가가 내 인생을 망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며 그냥 다 내려놓고 싶어졌다.

 

그렇게 매일 잠못들지 못하는 생활을 하다 나는 자퇴를 결심하게 되었다.

 

 

 

2018년 4월 중순, 자퇴를 하러 학교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런데 학교 홈피의 구석에 "하계방학 국제 단기 프로그램 모집"이라는 공고가 있는 것이었다.

무심코 눌러보았다.

방학 동안 해외의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며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신청 마감날이 하필 오늘까지였다.

많은 학교들 중에 삿포로가쿠인대학이 보였다.

 

 

 

내가 홋카이도를 고르게 된 이유. 출처 https://blog.daum.net/zevra/346

 

 

북해도는 고등학생 때 저 비스무리한 사진을 보고 어? 동아시아에 저런 곳이 있다고? 라는 생각에 가보고 싶었었다.

드넓게 펼쳐진 벌판에 직선 도로...

 

그렇게 나는 무언가에 이끌린 듯 신청해 버렸고 한 학기를 강제로 마무리한 후에 북해도(=홋카이도_로 출발하게 되었다

 

자퇴하기 전에 한 번쯤 놀다 와도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던 듯 싶다.

당시에 나는 반수를 할까 하고 있었다.

 

그래서 홋카이도에서는 좋은 공기(상상 속의 이미지)를 쐬며 새로운 환경에서 공부를 하고자 했다.

 

그렇게 출발일이 다가왔고 나는 가방에 최소한의 짐과 수능특강을 싸고 있었다.

 

감정이입... 감정이입... 과거로...

 

 

 

<6월 27일>

 

 

 

출발 전날 밤

 

 

 

출발 직전에야 짐을 쌌다.

 

뭔가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기대감 절반 불안감 절반.

내가 가서 공부를 열심히 할지 걱정이 되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을 손해보지 않기 위해선 가서도 열심히 해야 했다.

 

이런 마음이었기 때문에 홋카이도에 대한 건 잘 몰랐다.

그저 좀 쌀쌀할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혹시 몰라서 긴 팔을 하나인가 두 개만 챙겼다.

(이 선택은 나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후회하게 되었다.)

 

 

 

 

 

아는 게 없으니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었는데 일본에 포켓몬 팝업스토어가 있단 사실을 듣고 내가 좋아하는 치코리타 인형을 사보자고 마음먹었다.

 

+ 지리학도로서 그쪽 지리와 문화를 배워보자

 

현금 10만 엔 (100만 원)을 챙겼다.

 

이 돈으로 홋카이도에서 한 달을 보내고 도쿄로 이동해 고등학교 친구와 일주일 여행을 하기로 했다.

 

내 돈이 아니어서 쓰기 좀 조심스러웠다.

 

 

 

 

 

 

 

 

참고로 내가 가는 학교는 홋카이도(北海道) 에베쓰 시(江別市)의 삿포로가쿠인 대학(札幌学院大学, 삿포로 학원 대학)이라는 곳이었다.

 

북해도의 심장 삿포로의 외곽에 있는 곳이다.

 

한 달 동안 지내며 숙박비, 수업료, 아침밥 등등 해서 기본요금 18만 엔이었는데 우리 학교에서 17만 엔을 대줬다.

 

 

 

<6월 28일>

 

 

 

 

아침일찍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나왔다.

차가 항상 엄청 많은 곳인데 하나도 없는 걸 보니 새벽 시간인가봄.

보다시피 날씨가 엄청 흐렸다.

 

 

 

 

 

인천공항 도착

 

1~2월에 공항에서 일했었는데 약 4개월 만에 다시 온 공항에 감회가 새로웠다.

사실 내가 일했던 곳은 1터미널이 아니라 새로 개장한 2터미널이었지만

아무튼 추억이 송송! ㅎㅎ

 

그나저나 사람이 진짜 엄~~청 엄~~~~청 많았다.

뭔 일인지는 몰라도 보딩 줄이 보딩 하는 곳을 한 바퀴 두르고도  공항 한 쪽 끝까지 이어져 있었다.

 

해외 여행은 꿈도 못 꾸는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낯설기도 하고 그리운 풍경

 

여기서 같은 비행기를 타기로 한 학교 과 14학번 선배랑(전공 수업 같이 들은 경력 있음) 해ㅇ 누나, 동ㅇ 누나를 만났다.

 

우리 학교에서는 16명이 가는데 우연히도 같은 과 선배 둘과 같이 가게 되었다.

한 명은 14학번 선배였고 다른 한 명은 학생회장 선배였다. 다행히도 둘 다 얼굴은 알았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학기 중에 있었던 OT 시간에 일본어를 할 수 있다는 죄목으로 16명의 조장이 되었다.

(나중에 안 건데 그 자리엔 일어과 3명이 있었다. 난 바보같이 아무도 손을 안 들길래 클나는 줄 알고 손을 들었다. 어리버리한 새내기 ㄷㄷㄷ)

 

 

 

 

사람이 많아서 좀 걱정했는데 문제없이 수속을 밟고 출발을 했다.

 

나는 비행기에 타면 창 밖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창문에 얼굴을 붙이고 있다.

그런데 흐려서 아무것도 안 보이고 지나가는 곳도 바다라 조금 보다 말았다.

 

 

그렇게 두세 시간이 지나고

 

 

 

 

 

북해도 ㄷㄷㄷㅈ~~~

보자마자 우와....! 하는 소리가 나왔다.

 

사진은 북해도의 물류와 공업을 담당하는 도마코마이(苫小牧)시의 모습이다.

그리고 펄프도 유명한 걸 보니 나무를 베서 혼슈로 보내는 듯 하다.

자세히 보면 위쪽에 항만이 있다.

위쪽을 자세히 보면 항구가 해안에 있는 게 아니라 육지로 파져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일본 최초의 내륙항이라는 듯.

유럽에 많은 것 같다

 

 

 

드넓은 초원과 숲이 펄쳐졌다.

진짜 내가 아는 일본이 아닌 어나더 클라스였다.

 

뭐랄까 토지를 널찍널찍하게 사용하고 자연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게 (우측에 있는 우토나이 호수라던가, 구글맵으로 찾아봄 ㅎ) 진짜로 사람의 손길이 덜 닿은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일본인들 입장에선 이 땅을 밟은지 이제 150년?을 넘어갔기 때문에 틀린 말도 아닌 듯 하다

 

갑자기 엄청 두근두근했다.

 

이 사진도 도마코마이

 

 

그렇게 착륙

 

 

 

 

도착을 하니 일본 대학 쪽에서 사람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나는 대학교에서 이 사람들과 같이 활동하는줄 알았는데 이게 마지막이었다. 억ㅋㅋ

 

동ㅇ누나가 중국인이라서 비자 때문에 입국 과정이 엄청 오래 걸렸다.

이 사람 뭔일 생겼나? 싶을 정도로 오래 걸림.

 

기다리면서 일본 여행을 가면 으레 편의점 털이를 하듯이 우유와 계란 샌드위치를 샀다.

아마 이때 한국에서 계란샌드위치가 막 등장했던 거 같은데 진~~짜 맛있었다.

가격도 저렴했다. (아마 둘 다 합쳐서 3000원 좀 넘음)

 

근데 이 때는 몰랐다. 홋카이도 음식이 넘사벽으로 맛있었다는 걸

미리미리 많이 먹어둘걸 (사실 많이 먹었다.)

 

 

 

 

 

한국어 패드?가 있길래 네이버에 '와 지금 일본이다~!'라고 적어놨다.

ㅋㅋㅋㅋ귀여웠군 짜쉭

 

 

그렇게 다른 비행기를 타고 오는 우리 학교 사람들을 몇 명 만났는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인천공항에 사람이 너무 많은 바람에 뒷타임 비행기들이 다 엄청 늦어지게 된 것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뉴스에도 나왔던 것 같다.

 

+ 뉴스를 찾아보니 발권시스템이 오류났었다고 한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뒷타임 사람들 몇 명을 버리고 출발하였다. ㅎㅎ

 

일본 대학 차에 짐을 싣는 모습

 

 

 

창밖으로 보는 풍경

삿포로 표지판이 있어서 엄청 신기했고 드디어 도착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바깥 풍경이 무척 신기했다.

무슨 미국같았다

 

 

 

 

차를 한 시간 정도 탔다.

 

학교 간판 등장

 

(시골특 : 저런 간판으로 알려야됨)

 

 

출처 구글맵

 

이런 학교에 도착했다.

여름에는 위 사진보다 엄청 푸르르다.

특징이라면 모든 건물이 하나로 이어져 있는데 왜 그런지는 나중에 후술.

 

이 이후에 학교에 내려서 이것저것 안내를 받고 기숙사로 갔다.

내가 묵을 곳은 남자 학생들이 사는 곳이었다.

사설 기숙사 같은 곳이었는데 여자들 숙소는 아예 반대였다.

학교에서 긱사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

나랑 우리 학교에서 온 형 말고도 다른 대학 사람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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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구글맵

 

이 건물임

건물 이름이 타쿠호쿠료(拓北) 북방을 개척한다는 이름이다.

 

하코다테 본선 오아사(函館本線 大麻駅)역 바로 남단의 분쿄다이라는 마을에 있다. 무려 30초 역세권임.

근데 역 이름이 오아사, 대마초 할 때의 대마이다 ㅋㅎㅋㅎ 한자랑 발음도 똑같음

 

 

자신을 쉐프라고 소개한 이케맨 관리인 형이 이곳저곳을 소개해줬다.

지하 1층이 식당, 샤워실이고 (목욕탕도 있었던 것 같다)

1층은 외부인 출입이 가능한 로비, 그리고 1층부터 5층까지가 방이었다.

 

 

 

 

긱사뷰

 

4층이었나??

우리 학교에서 온 16명 중에 3명만이 남자였는데 하나는 여자친구랑 같이 온 21살 형, 다른 하나는 대구 사투리를 쓰는 28살 형이었다.

아마 21살 형은 늦은 비행기라 못 오고 28살 형이랑 같이 숙소에 왔던 것 같다. (기억이 잘 나지 않음)

개인적으로 당시엔 12학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좀 신기했었다. ㅎㅎ

 

 

 

방은 이렇게 생겼다.

보이는 이게 전부고 문을 열면 바로 복도랑 이어짐.

미니멀리즘의 극치이다.

화장실은 층마다 하나씩 있다.

그리고 신발이랑 우산은 벗어서 문 앞의 복도에 덩그러니 두는 형식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깨끗한 고시원 수준인데 월 60은 좀 비싼 것 같다.

무슨 도쿄도 아니고 사람이 희귀한 자연의 땅 홋카이도인데.

사실 이것도 후술할 여자 숙소와 비교하면 약과였다.

 

 

 

 

짐을 풀자마자 편의점을 털러 나왔다

6월 말임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가을날씨처럼 엄~~청 쌀쌀했다.

 

찾아본 결과 최저기온 15도 최고기온 23도

 

그리고 흐려서 그런지 수증기냄새? 그런 느낌의 냄새가 났다.

 

덥고 습한 한국에 있다 와서 그런지 추웠다.

 

역 앞은 사진이 전부일 정도로 엄청 한산했다.

다만 한국에는 없는 빠칭코 가게 살짝 큰 게 하나 있었음.

 

편의점은 5~ 10분 거리였다.

북해도에는 세븐일레븐이나 로손이 아닌 세이코마트(seico mart, 세코마)라는 지역 편의점이 있다.

상징색은 주황색

 

뭐랄까 즉석 음식을 많이 팔고 있었다.

 

 

 

털고 돌아가는 길

 

뭘 저렇게 많이 샀지...

가격이 쌌다.

저 보라색 과자 맛있었는데 세금 포함 108엔 (약 1080원)이었다.

근데 아이스크림은 150엔정도 했음.

멜론아이스크림이다.

 

이 동네는 유바리 메론이라고 멜론이 특산인데 색이 주황색이어서 신기했다.

 

 

 

그리고 숙소에 들어와서 한국지리 모의고사를 풀었다. ㅎㅎ

새로운 환경에 와서 내 의지가 무뎌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리고 피곤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어느새 6시반. 이미 해가 져버렸다.

삿포로에 가보려고 했는데 가기엔 너무 늦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가 하지 직후였는데 동쪽이라 그런지 한국보다도 해가 빨리 지는 게 빨랐다.

 
그래서 우리 학교 학생들이 있는 단톡방에 밥 먹을 사람을 구했는데

28살짜리 형이랑(지금부터 준상이라고 부르겠다. 그게 별명이었음. 파파라는 별명도 있었음 ㅎㅎ) 긱사 저녁을 먹게 되었다.
방도 내 옆 방이었다.
그 후에 형과 생활용품도 사고 장도 볼 겸 역 너머 마을에 있는 마트에 갔다.

 

추워서 유일하게 있던 긴팔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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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거의 없는데 마트가 꽤 컸다.

 

 

 

 

치토스 세금포함 600원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한국에선 1500원은 할 텐데

 

가격이 무지무지 쌌다.

 

일본에서 쓸 샴푸 등의 비누와 이것저것 필요한 것 그리고 맥주와 치토스를 샀다.

그리고 나중에 여행지를 갈 때마다의 내 습관이 된 페브리즈도 사게 되었다.

또 벨트가 없어 벨트도 샀다.

 

역을 넘어갈 수 있게 만든 통로가 엄청 낡고 일본같이 생겼었다.

 

 
모든 개 낯선 이 환경,

바깥 공기가 차가워 덜덜 떨었다.

집에 돌아와서 맥주를 먹고 축구를 보며 잠들었다.

일본과 폴란드의 경기였는데 일본 선수가 슈팅을 할 때 별로 안 살아 보이는 이 마을에도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